Staying
By Younjeong Park, Chief Curator of SOMA
This work by Soonim Kim is to show a process of becoming one with the space where she stays, representing figures with natural material. Her work is not to move an object by cutting it out but to dig up the object and its memory of space, together. The time and space Kim brings may be for one a forum for healing wounds and for others something to bring a sleepless night. To this extent, Kim’s work has an intense visual impact and narrative.
In On the Road Kim presents a projection of a young migrant man from Eastern Europe, a building cleaner she met while in New York. After portraying him with wool and stitching, she set this at center of the venue, and then unfolded an installation linking natural objects such as thread and cotton to an artificial wall, highlighting the figure. Daniel, a young man in his 30s, uses a skateboard for transportation. He is a landscape often found in daily life in a megalopolis as an ordinary citizen who earns and spends small amounts of money every day. The artist nicknames the young man ‘dove boy’, recalling the dove, commonly found in a city, as a sacred creature. Feathers spreading like drawn lines on the back of his shoulders are protective layers wrapping him and objects enabling to overcome gravity, allowing the boy to adapt to the space. The space 53 shows cotton 20 meters long, symbolizing an eternal connection through weaving with the weft and warp in twists through the space, making us feel our bodies and eyes float.
Each strand of cotton falling from the ceiling has a very thin, pointed needle at its end, perilously touching the floor. This is a metaphor for precious connection, bearing a beautiful swaying signifying an encounter of two extremes as a principle of the world. As in a Yong-un Han’s poem, “Falling serenely down in the airless air, creating vertical ripples” the strands remind viewers of a state of non-action or non-doing with silence in movement or movement in silence. Dove boy’s body becomes one with the space through the thread of ’dependent origination’ visualized with thread and cotton, floating through waves among objects. As summer comes after spring, and the summer is followed by fall and winter, and again spring, all are linked together as cause and effect by this thread of ‘dependent origination’. Those the artist met on the street are led to us by such invisible attraction or connection transcending space and time.
Kim executes a three-dimensional projection of her memory and conception on the cotton cloth, recollecting the faces she saw. According to Pratityasamutpada, or dependent origination, one or more of three kinds of emotion – agony, pleasure and an emotion neither painful nor joyful – arises inevitably from all objects humans can perceive. As one of the feelings is provoked in the inner world, one pursues the object that gives him pleasure or a desire to create such an object. And, if an object gives him pleasure, he tries to possess it. In 所有(possession) 有 has two meanings, ‘be’ and ‘being’. If an object one possesses is matter, it is expressed ‘be’ or ‘not be’. If it is thought or feeling, it is expressed ‘become’ or ‘not become’. From the perspective of the latter, being does not exist originally but is formed. Even if an object is classified as lifeless matter, and if the way it is possessed is not by matter but memory or reminiscence, it becomes a living thing born by thought. It is natural that if one thing is not brooded over repetitively, it is forgotten. Kim is an artist who is so smart enough to present her creative sensibility capturing the space and time of a figure in her memory with natural material and sharing this with others.
Greek philosophy defines a human body as a microcosm. Although myriads of universes have experienced eternal creation and extinction, they grow bigger with time. A human being who is but a speck of dust before the magnitude of the universe must not lose the virtue of humility. Kim’s work politely collects our memories of physical time and space where objects stayed, and make them stay in a third place for a while. Her work shows a humanistic aspect, trying to exchange views with objects on their level, and not an absolute one-sided view looking down at them. Cause and connection is required for all things to exist. If cause is a seed, connection is the condition to germinate the seed. The seed of memory she reaps moves to another space by her careful hands and sprouts there for a while. It stays in a new appearance when involved in another connection. Her work’s life force is to keep staying, even for a while.
머물다
박윤정 / SOMA 책임큐레이터
김순임 작가의 이번 작업은 자연의 소재로 인물을 재현하면서 그가 머물러 있던 공간과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대상을 오려내듯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갖는 기억과 공간에 대한 추억까지 떠내는 것이며, 그가 가져다 놓는 시간과 공간이 어떤 이에게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유의 장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느 누구에게는 절절한 애틋함으로 불면의 밤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김순임 작가의 작업은 강한 시각적 임팩트에 진한 내레이션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 <길이 된 사람들>에서 작가는 뉴욕 체류 시절 건물 청소부로 만났던 동유럽 출신 이민 청년을 양털과 바느질로 형상화하여 전시실 중앙에 배치하고, 그를 중심으로 실과 무명천 등 자연의 재료를 인공의 벽과 연결시키는 설치작업을 펼쳐 놓는다. 30대의 청년 다니엘의 교통 수단은 스케이트 보드였으며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소시민으로서 거대 도시 안의 일상적인 풍경이 된 인물이다. 작가는 도시 풍경이라면 의례히 있을 법한 비둘기를 회색 빛 도시의 성스러운 생명체로 떠올렸고 청년에게 ‘비둘기 소년’이라는 병칭을 붙였다. 그의 어깨 너머로 드로잉 선처럼 뻗어가는 깃털은 그를 감싸주는 보호막이자 바람을 가르며 중력을 극복하게 하는 오브제로 비둘기 소년을 그 공간에 조용히 순응하게 만든다. 그 뒤로는 20미터에 이르는 광목 천 <The Space 53>이 설치된다. 수많은 씨실과 날실로 엮여져 억겁의 인연을 상징하는 천이 공간을 휘돌며 우리의 몸과 시선을 띄운다.
천정에서 부드럽게 한 올 한 올 떨어지는 무명실들은 아주 가늘고 뾰족하고 예민한 바늘을 끝에 단 채 위태롭게 바닥과 맞닿아있지만 그 또한 소중한 인연의 매듭을 만들어 내고자 함이며, 극과 극의 만남이 어쩌면 세상의 이치일 지도 모른다고 끄덕일 만큼 아름다운 일렁임을 간직하고 있다. 한용운의 시에서처럼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모습은, 움직여도 고요하고 고요해도 움직임이 있는 무위(無爲)의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비둘기 소년의 몸은 실과 무명천으로 가시화된 ‘연’(緣) 자락을 통해 공간과 하나가 되어 가고, 대상 간에 일으키는 파장을 통해 마치 떨쳐낼 수 없는 숙명처럼 그곳에서 부유한다. 봄이 지나 여름이 오고, 여름에서 가을을 거쳐 겨울로, 다시 봄으로 이어지듯 모든 것은 연기(緣起)에 의해 원인과 결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작가가 길어서 만난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넘어선 보이지 않는 끌림, 인연(因緣)에 의해 그렇게 우리 앞에 오게 되었다.
작가는 무명천 위에서 그가 만난 기억 속 얼굴들을 어루만지며 추억과 상념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곤 한다. 연기론(緣起論)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인간이 인식 할 수 있는 모든 대상에는 언제나 괴로움, 즐거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음의 3가지 감정 중 한 가지 이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3가지 감정 중에 어느 한 가지의 감정이 안에서 올라오면, 자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추구하거나 혹은 그런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욕심을 내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자신에게 즐거움의 대상이 되면 소유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소유(所有)의 유(有)는 ‘있다’(be) 혹은 ‘된다’(become)의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소유한 대상이 물질이면 ‘있다’, ‘없다’ 중 하나가 되지만 대상이 물질이 아니라 생각이나 느낌이라면 그 소유는 ‘된다’, ‘안 된다’로 판단될 수 있다. 후자의 시각에서 존재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이다. 무생물로 분류되는 사물일지라도 그것에 대한 소유의 방식이 물질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기억 혹은 추억이라면 그 사물은 생각에 의해 태어난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곱 씹히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이 순리이듯 생각이란 태어났다 사라지기도 하는 것일진대, 김순임 작가는 자연의 재료로 기억 속 인물로 체화된 시간과 공간을 잠시나마 붙들어 두고 타인과 공유하게 만드는 창작자의 감성을 누구보다 명민하게 보여주는 작가 중 하나이다.
그리스 철학에서 인간의 몸을 소우주라 했다. 수십억 개의 우주가 생성되고 자라지기를 반복하나 사라짐이 그저 사라짐이 아니어서 우주의 파이는 커져만 가고 그래서 거대 우주 앞에 한낱 먼지에 불과한 인간은 더더욱 겸손함의 미덕을 잃지 않아야 한다. 대상이 머물렀던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공손히 채집하고 공기와 같이 당연한 것으로 제 3의 장소에 잠시 머물게 만드는 김순임의 작업은, 대상을 내려다보는 절대자의 일방적 시선이 아니라 대상과 같은 높이에 자리하여 시선을 주고받으려는 장작자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모든 것은 존재하기 위해 인(因)과 연(緣)이 필요하다. 인(因)이 씨앗이라면 연(緣)은 싹을 틔우기 위한 환경과 조건이 된다. 작가가 수확해 온 기억의 씨앗은 그의 정선 어린 손길에 의해 공간을 이동하여 이곳에서 잠시 싹을 틔웠다가 또 다른 연(緣)을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또 그렇게 머물기를 반복할 것이다. 잠시의 머물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작가 김순임의 생명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