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임
길 위의 날개 / Wings on the Road
2024
길 위에 떨어진 깃털, 와이어, 무명실, 폐보도블럭
가변설치
작가노트
사람들은 다양한 생명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나와 다른 것들을 배척한다. 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둥지를 지어 사는 비둘기와, 산책길에 만나는 공원의 새들, 고속도로 넘어로 공중에 길을 만들어 다니는 새들, 나는 지난 1998년 이후, 길을 가다 떨어진 새의 깃털을 보면, 막연히 예뻐서 수집하였다. 길 위의 깃털들을 보면, 어떤 새들이 우리주변에 사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떤 사연이 있기에 이 소중한 깃털을 떨어뜨렸는지 상상하게 된다.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계절이 지나니 털갈이를 하는구나.. 하고, 또 사람사는 것처럼 자기들끼리 싸웠구나 한다. 이번 국립생태원의 과학자님들과의 워크숍에서 나는 이들의 또다른 다양한 사연을 상상해 보았다. 천적의 먹이활동때문에 떨어졌거나, 서식지에 도로가 생겨 지나가는 차에 로드킬 당하거나(우동걸박사님의 도시야생동물의 삶), 도심의 투명유리로 인해 조류충돌로 떨어져 내려왔을 수도 있다(강종현박사님의 인간과 야생조류의 공존).
생태원 로비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그 위에 오래되고 파손되어 폐기된 보도블럭이 깔려있다. 그 블럭들 틈사이에서 식물의 넝쿨 같은 것이 자라난다. 자라난 가지 끝에는 275개의 각기 다른 새들의 떨어진 깃털들이 무명실로 엮여져 연결되어 있다. 이곳과 저곳을 엮는 무명실은 떨어진 새의 깃털(날개)를 식물의 형태로 다시 문명의 틈(길의 틈)에서 솟아 자라게 한다.(김백준박사님의 _자연과 인간을 위한 생태모방 / 나의 모방은 과학자님들의 필요와 효용에 목적과 달리, 비효용 비효율 시각언어이다.)
이곳을 지나는 이들이, 이곳을 오면서 땅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이 떨어진 새들을 기억하고, 자신이 만든 바람으로 하늘하늘하는 움직이는 다양한 깃털을 만나며 이 작은 날개 짓을 귀히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20241005)
길 위에 떨어진 깃털 이 작은 날개들로 이들의 존재를 증명하며, 이 생명의 삶이 나와 같은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내가 걸어왔던 길, 그 시간속에서 나와 함께 존재했던 생명들의 작은 기억과 그 작은 날개의 흔적을, 길 위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나는 식물의 생명력으로 표현 한다. (200자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