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Early Morning
by Kim Soonim
서대문구 가로수 전지한 플라타너스가지
branchs of platanus on the street of Seoul, variable installation, 2004
2004.4.6-10 이화아트센터 가변설치 ( So Far 기획전 출품)
지금도 그렇지만, 봄가을에 도시에선 대대적으로 가로수 가지치기를 합니다. 가로수로 심은 플라타너스가 몇개월만에 훌쩍 자라서, 간판을 가리고, 표지판을 가리고, 사람들의 조망권을 가린다는 이유로, (도시인의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몸통만 남고, 잘려진 단면들이 처철하게 드러난 나무와 그 옆에 쌓인, 지난겨울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날이 따뜻해지자 신나게 팔을 뻗었던 가지들이 스러져 쌓인 모습은 볼때마다 신경이 쓰였습니다.
서대문 구청 녹지과의 지원으로 8톤의 폐기용 가로수가지들을 학교로 받을 수 있었고, 그 중에 골라서 3톤여를 전시장에 설치하였습니다. 전시장에서 뿌리없이 서 있는 가지들은, 잘린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촉촉하였고, 나무의 향기는 전시장옆 계단을 타고 5층 건물전체에 퍼져갔습니다. <이른 아침의 쉼>이라는 제목은 이른 봄에 잘린 이들에 대한 생각과,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향기가 온 건물을 숲으로 만들어, 하루종일 새벽숲에 있는 듯한 쉼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전시기간 이었지만(2004.4.6-10 이화아트센터 설치 ( So Far 기획전 출품)), 이 기간동안 가지에서는 온힘다해 순을 틔웠습니다.
이때 이 사라져가는 가지들이 제게 준 감동과 가르침으로 아직도 저는 버려지고 가려진 것들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0.05.01 artist note
<The Space1 - Rest in Early Morning>, 서대문구 가로수 전지한 플라타너스가지, 가변설치, 이화아트센터,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