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오후 5시 오프닝 행사를 치를 예정인 우양미술관 <메타-스케이프 전>의 참여 작가, 김순임 작가의 인터뷰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친절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순임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
Q. 전시를 축하드립니다. 우양미술관에서 전시를 하시게 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오래 전, 학부 1학년 때 동양미술사 수업을 들으며, 이 일대의 오래된 사찰들과 유물들을 찾아 보는 것을 좋아헀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으로도 많이 왔어요.
당시에 ‘선재미술관’이었던 우양미술관을 보면서, ‘나중에 여기서 꼭 전시를 하고 싶다’, ‘나는 언제쯤 작가가 되어 여기서 전시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는데, 그 꿈을 이루어 우양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아, 정말 작가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기도 했고요(웃음).
당시 이곳은 지금처럼 잘 꾸며진 관광단지는 아니었고, 자전거로도 한참 걸리는, 차도 많지 않은 고즈넉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오니 많이 북적여졌더라고요. 덕분에 사람들도 많아지고, 미술관 방문자도 많아져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차역에서 버스로 한 번에 올 수도 있어서 교통도 편해지고요.
Q. 이번 우양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번 작업의 제목은 <The space17>로, 완전한 신작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옛 작업 그대로는 또 아닙니다. 제작년도 역시 2017년도에요.
제가 2007년 서울에서 작업하고 인천여성비엔날레에도 출품했던 <The space17>과 이어지는 것으로, 이후 여러 지역에서 같은 제목으로 작업을 했었습니다.
당시 서울 길바닥의 가장 낮은 곳에서 굴러다니는 돌들을, 전시장에서 잠시나마 공중에 가볍게 띄우는 모습으로 작업을 구상했었습니다.
Q. 낮은 곳에 있는 각 지역의 돌들을 띄운다는 구상이 재미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그 이야기는 2012년도, 버몬트에 있는 레지던스에 입주해서 활동할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저는 어떤 작업실을 원하느냐는 레지던스 측의 물음에 ‘창 밖으로 강이 보였으면 좋겠고, 창 안으로 빛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답했고, 딱 원하는 작업실을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작업을 하던 3월~4월의 어느 날, 창밖으로 강에 아직 눈이 두텁게 쌓여 있는 위로 햇살이 내리 비추며 하얗게 반짝이고, 그 옆으로는 젖은 돌들을 지나 강이 흐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춥기보다는 보송보송한 이불처럼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어렸을 때, 솜틀집에 솜을 맡기기 위해 이불을 뜯으면 드러나는 그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따뜻한 이불 같은 느낌을 풍경으로부터 받은 거죠. 그래서 이불 밖의 세상과 이불 속 목화솜의 따뜻한 세상을 매칭하려 시도했습니다.
거기에, 마치 이 따뜻한 이불 같은 눈 속에 감추어져 있던 돌들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가장 바닥에 있는 이 돌들을 하늘과 같은, 그 공간에서 가장 높은 천장과 이어주는 모습을 상상했지요. 그렇게 만들어 진 작업이 <The space12>입니다.
Q. 한국의 돌과 버몬트의 돌은 다르지 않나요? 지질학적으로도 그렇고, 작업의 의미적으로도 달라진 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네, 한국에 와서 그 것을 구현하려니 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런데, 그 것이 또 참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지역마다 가장 낮은 그 바닥을 구르는 돌이 모두 다른 모습이고, 어쩌면 그 지역의 성격까지 대변하게 되는구나 하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버몬트의 돌은 강의 돌들이었지만, 서울의 돌은 건물의 일부가 떨어져 나오기도 하고, 정원에 있던 것이 굴러나와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닌 곳을 구르기도 해요. 여러 이유로 다른 곳에서 이주해 온 친구들이죠. 페인트가 묻어있기도 하고, 콘크리트가 붙어있기도 해서 예쁘지는 않지만, 서울을 온전히 보여주는 모습이라 생각했고, 나아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아이들을 공간의 가장 높은 곳과 연결되어 잠시나마 가볍게 뜨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Q. 경주의 돌은 어떠셨나요?
A. 경주 돌은 서울 돌과는 또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이 주변이 관광단지이다 보니, 정원이나 조형물을 꾸미기 위해 이곳에 온 돌들이 많아서 꾸미려 하는 느낌의 돌들이 많았습니다.
채집 당시 공사 중이던 작은 강가에서 돌을 채집했는데, 공사장이다 보니 길이 험해서 채집도 쉽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채집한 돌들을 제 작업실로 보내서 약 한 달 간 전시를 위한 후반작업을 또 거쳤습니다. 전시를 위한 모습으로요.
채집할 때는 흙투성이인 돌이었지만, 후반 작업을 거치면 굉장히 예뻐져요. 함께 채집을 도와주신 학예팀 분들께도 제가 예고 드렸었거든요. 지금은 못나 보이지만 후반 작업이 끝난 모습을 보시면 굉장히 예쁘게 느끼실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한 달 뒤 제가 보낸 돌들을 다시 받으신 학예팀 선생님들께서 ‘너무나 경주의 돌 같은 느낌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Q. 설치 규모가 굉장히 큽니다. 설치 기간만 나흘이나 걸리셨다는데 힘들진 않으셨나요?
A. 미술관 측에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설치 기간만 따지만 나흘이지만, 지역의 돌을 채집하고 고르는 과정과 후반 작업까지 모두 합하면 한 달 이상의 기간이었는데, 학예연구팀에서 모두 함께 작업복을 입고 채집과 설치에 임해 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Q. 돌과 솜, 무명실과 같은 극적으로 대비되는 질감의 매체적 조화가 인상적입니다.
A. 네, 하지만 처음부터 매체의 조형성이나 긴장감 등을 계산해서 작업을 하진 않습니다. 저에게 모든 재료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두 자신의 성격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오브제들입니다. 바닥을 구르는 돌이 가볍게 떠서 하늘과 만났으면 좋겠고, 또 이불 속에 숨겨진 솜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제 마음이며, 그 것을 제가 만들며 느꼈던 감동이 관람객에게도 또 다른 감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곤 합니다.
물론 배운 것도 있고, 공통된 미감이라는 것이 있으니 최종 작업을 설치할 때는 조형적인 면도 고려를 하게 되지만, 우선적으로 저는 매체의 성격에 가장 큰 의미를 주곤 합니다.
Q. 현재 하고 계시는 전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지금 우선 우양미술관 전시 오프닝을 앞두고 있고, 여수의 갤러리 노마드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으며, 안성의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에서 프로젝트전 <녹색 게릴라>를 준비중입니다.
7월에는 독일 카셀 도큐멘타와 뮌스터를 작가들과 함께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 후 8월에는 독일에서 <글로벌 노마딕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연에서 작업하고 전시도 할 예정이고요, 그 후에는 프랑스 스케줄이 있네요. 연말에는 중국 전시 스케줄이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6월 말, 몇몇 작가들, 평론가들과 함께 인천에서 <굴업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지금 제가 인천의 한 레지던스에 머물고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지역과 자연, 인천의 섬들과 관련 된 작업을 해보려고 계획중입니다. 작년에 여기, 인천에서 했던 개인전 작업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거든요. 오픈스튜디오도 연말에 있을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관람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올해가 지나고 나면 여기 인천의 레지던스 입주기간이 끝나게 되는데, 작업의 모티브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지역 레지던스에 입주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자연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지역과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음 작업에도 많이 영향을 미치거든요. 경주에도 레지던스가 생긴다면 그 곳에 머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우양미술관에서의 전시가 정말 재미있었기에, 다른 재미있는 많은 작업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번 전시 관람객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A. 어떤 것을 얻어 가면 좋겠다, 어떻게 느끼면 좋겠다 등의 가이드라인을 드리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관람하시는 분들이 제 작품도 보시고, 그 주위에서 생각도 하시고 수다도 떠시면서 시간을 보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불이 깔려있으니 눕거나 앉아서, 혹은 기대서 계셔도 좋고요. 또 밖의 빛과는 다른, 인공조명 속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빛을 느끼시는 시간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 후엔, 어떤 느낌이셨는지, 어떤 걸 느끼셨는지 제게 들려주실 수 있으시면 정말 좋겠네요(웃음). 재료들에 담긴 이야기에서 제가 작업을 하며 느낀 감동은 제 것이고, 늘 일부분이라 생각하기에, 다른 분들은 거기서 어떤 감동을 느끼셨는지 늘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100명이 다르게 느낀 것이 100개의 정답이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전시장에 있게 되면 가끔 관람객분들게 여쭤보기도 하는데, 그 때 말씀해 주시는 것들이 다음 작업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017.7.7 Wooya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terview with Kim Soonim
Interviewer: Kim Bora
This is an interview with Kim Soonim, a participating artist in META-SCAPE Exhibition at Wooya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with the opening event scheduled at 5:00 p.m. on July 7.
Q. Please introduce your project presented at Wooya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A. The title of this work is The Space 17. It is not an entirely new work, but neither it is it identical to any previous work. The year before the last one was also 2017.
This is related to The Space 17, which I presented for the Incheon International Woman Artist Biennale in 2007 after completing it in Seoul. Later, I realized other projects with the same title in various places.
At the time, I planned a project in which stones that rolled on the lowest part of the street in Seoul would float in the sky for a moment.
Q. The idea of floating stones, which are found in the lower part of each region, is quite interesting. Please explain it in detail.
A. That story began during my residency in Vermont in 2012. At the time, when the organization asked me what type of studio I would like to have, I answered that I would prefer a studio with a window looking onto the river outside so that I could enjoy the sunlight. As a result, I was assigned the exact studio I was looking for.
One day while working at the studio in April, I saw the sunlight brightly shining over the river, which was blanketed with a thick layer of snow, and the river flowing through wet stones. That landscape gave me the feeling of a soft, comforting, warm blanket, like the cotton that could be found when we took the sheet out of the blanket to send to the store for cotton products in my childhood days. That’s why I attempted to match the world outside the blanket to the warm world of cotton inside it.
In addition, I brought stones that were hidden under the blanket-like snow and imagined a scene in which stones on the lowest floor could be connected to the ceiling, the highest part of the space. That’s how The Space 12 was created.
Q. Aren’t stones different in Korea and Vermont? I suppose something must have changed in terms of geology and the implication of the project.
A. Yes, when I attempted to realize the project in Korea, the stones were somewhat different, but I found that very interesting too. I even came up with the idea that stones that roll on each region’s lowest ground must be different and that they might represent those characteristics. The stones in Vermont came from the river, while some stones in Seoul were broken off buildings or removed from gardens and rolled to places far from their starting points. Whatever the reason, they migrated from other places. Some might not be in good shape because of stains from paint, but I thought they nonetheless showed Seoul’s scene and the lives of people in it.
Thus, I intended to make stones from the lowest places float for a moment by connecting them to the highest part of the space.
Q. What do you think of stones in Gyeongju?
A. Stones in Gyeongju are also different from those in Seoul. Considering that the surrounding area is dominated by tourism, many of them had to be brought here to adorn gardens or sculptures, so I had the impression that they were meant for decoration.
I collected stones from a small river that was under construction, which was challenging due to the rough road at the construction site. I sent these stones to my studio, where they underwent the following process for about one month to prepare for the exhibition.
Although they were all covered in soil when they were collected, they became beautiful through this process. I had predicted this and explained it to the curators who helped me, saying they would become elegant after the process, even though they looked ugly at first. As expected, when the curators received the stones from me after a month had passed, they said, “They look exactly like the stones from Gyeongju.” (smiles)
Q. It is very impressive to see how you maintain harmony among different media with highly contrasting textures, such as stones, cotton, and cotton thread.
A. Yes, but I did not work on the project by calculating the characteristics of formative art or any particular medium’s tension from the start. To me, rather than being a means of expressing something, every material is an object with its own inherent traits and stories. I hope those rolling stones could float to meet the sky and the cotton hidden in the blanket could be revealed, and I aim to deliver what I felt while working so that viewers are able to perceive different impressions.
Surely, I learned something and considered the aspects of formative art when assembling everything into a final installation because of their shared aesthetics, but above all I placed the most significant meaning on each medium’s innate characteristics.
Q. What do you expect from viewers of this exhibition?
A. I don’t think it’s a good idea to dictate what the audience should learn or how to feel. I just hope that viewers can see my work, think about it, and enjoy their time while having small discussions. Because a blanket is provided, it is possible to lie down, sit, or lean against it. Moreover, the viewers might spend some time feeling the light that shines from the artificial lighting.
It would also be great if they could share how they felt and what they thought with me. (smiles) Since I always considered my feelings from the stories of the materials in a given work are an integral part of the piece, I’ve always wondered about how others perceive them. I think that 100 different thoughts can lead to 100 different answers. When I am in the exhibition hall, I sometimes ask viewers’ opinions because their answers could serve as important keywords for my next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