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AP-Korea Report by Kim Soonim 20140628
2014-06-28 00:00:00

 

GNAP-Korea 김순임 20140628

 

2014.04.11 설레는 아침. 지난밤 숙취가 남은 몸을 가지고 습관처럼 작업도구가 있는 차를 타고 작업실을 가듯 공주를 향한다. 금강의 연두 빛 바람에 다시 힘을 내고, 자작자작한 도구를 챙겨서 금강의 나무아래에서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작업에 몰두한다.

사실 오늘은 GNAP-글로벌 노마딕 아트 프로젝트의 발대식이 있는 날이다. 그리운 작가들, 보고싶은 작가들, 그리고 궁금했던 작가들과 프로젝트를 시작 하는 날. 몇 달째 설레는 마음이 있는데도, 바로 자연미술센타로 가서 작가들을 만나는 것을 조금 미루고, 공주의 나무를 만나러 왔다.

이 설레는 기다림이 좋다.

 

아악!!! 카에친, 애니, !!! 고샘, 전샘, 이샘!!! 혜령샘, 용선샘!! 고현희샘, 정장직샘, 권샘, 허강샘, 모두 뵌지 길게는 일년 짧게는 몇 개월 된 작가들이지만, 마치 소꿉친구를 만나듯 너무나 반갑다. 또 처음 만나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기억 속의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청댐과 청남대 20140412

…. …. 그리고 댐….. 그리고 박물관그리고 청남대….

금 강 그리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의 역사와 함께한 곳..

우리가 만나고 즐기던 곳은 자연이었지만, 가는 곳 그곳의 환경은 자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어떻게 바뀔 것인지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변화된 지형은 또 사람들이 그것에 적응해야만 하도록 요구하고, 돌보아지지 않은 별장은 다시 자연의 자리로 돌아가 그 아름다움을 되찾아간다.

이 곳, 이 지역을 더 궁금하게 하고, 관심가게 하는 짧은 여행이었다.

 

버스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이야기 했을까? 각기 다른 우리의 시각들이 자유로이 넘나드는 장소는 바로 이동중인 버스 안이었다.  질문과 궁금증, 생각과 의견들, 피곤함에 잠든 아기얼굴들, 생각에 빠진 눈, 이 모든 삶이 이곳에 존재했다.

 

금강 변 20140413

자연미술비엔날레를 통해 익숙해질 법도 한 금강그러나 오늘 내가 만난 금강은 또 다른 얼굴이다. 공원화 사업에 의해 새로 생긴 길로 모레를 나르는 트럭들이 지나다니면서 먼지바람을 일으킨다. 동글동글 땅속 돌들이 드러나고, 그 위로 거친 화강석들이 깔린다.

물은 또 습관처럼 자신이 지나던 길로 길을 내고, 사람들은 이를 파괴된 길이라 한다.

나는 물도 되었다 바람도 되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도 되어본다.

 

월요일 화요일 수업이 있어서 다시 서울행프로젝트를 온전히 함께 구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또 생업과 학생들과의 선약을 위해 잠시 이 곳 세상을 떠난다.

 

담양 목포 20140416

아침 여수공항, 사람들이 웅성인다. 무슨일이 있나보다. 담양 소쇄원에서 이제는 가족이 된 작가들과 스텝들과 다시 만난다. ‘사고소식들으셨어요?’ ‘??????’ 뭔가 있다.

버스안에서 계속 뉴스가 나온다. 배사고. 사람들이 모두 구조되었다는그러다 아니라는…. 그러다 또 배가 뒤집혔다는…. 우리는 모두 사각의 화면을 통과해 그 바다에 있다.

 

제주행 배 20140417

줄을 서고, 순서대로 배에 오른다. 파도가 치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잠을 잔다. 

파도가 아름답다. 빗발이 날린다. 차다

무심한 TV화면에선 바다한가운데 뒤집힌 배가 계속 나오고, 우리는 계속 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설마한다.

 

대포항 20140418

검은 돌이 가득한 해변, 빛나는 작가들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작업에 몰두한다. 검은 돌이 슬프다. 불안한 바람소리, 흐린 하늘, 슬픈 돌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다. 해변에 핀 여린 꽃들조차도 나보다 강하다.

나는 무기력하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제사에 쓰였음직한 낡은 짚신 3짝이 무명실에 엮여 해변 돌 틈에 끼어있는 것을 만났다. 얼마나 여행이 고되었으면 짚신이 이렇게도 낡았을까그런데 어찌 저승까지 가지 못하고 이곳에 떠내려 왔을까?. 누군지 모를 이 신의 주인을 위해 나보다 강하가 아름다운 해변의 고운 꽃을 신에 담아 보낸다.

제발그 곳에 있을 이 신의 주인아이 신을 받고, 이 꽃 빚을 졌으니, 그 곳의 꽃들…. 여리고 여리고 할일 많고, 기다리는 사랑 많은, 그 꽃(생명)들을 보내주오

제발….

 

제주 20140419

 거친 바람….. 성산…. 거친 비바람….. 그리고..

배가 결항되었다..

 

협재 20140420

바람…. 모든 것을 찢어버릴 것 같은 바람….

 

경주 20140422

건널목 너머 가족이 된 사람들의 얼굴들이 보인다. 낮 선 도시의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그리운 얼굴들을 만나는 이 감정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던 몇 일 동안 우리는 이미 서로 많이 의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이제 또 이 사람들이 각자의 으로 떠나고, 나는 또 내 으로 돌아와 있다.

하지만 이 각기 다른 들이 이제 서로 보이지 않게 마음의 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 그 사람들이 있는 곳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살 힘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