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과일집 거주일기
2019. 1/3 1:45pm 과일 집_과학이 일상이 되는 집 에 도착..유인영선생님(메니저) 만남. 실외보다 실내가 찬 공간. 건물의 인상은 조금 과한 멋을 낸 디자인에 불필요한 장식적 구조가 많다.. 해가 드는 방향은 실험실이 있어 콘크리트 벽으로 되어있고, 삼면이 그림자 방향으로 창이 나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한 주방. 유일한 방은 여성 작가를 배려해 내게 주어졌고, 응접실공간과 복층 위 오픈 공간을 다른 두 작가 분이 사용하실예정이다. 서랍을 열어보고, 필요한 것들을 체크하면서 6시 백교수님과 약속시간을 기다린다.
첫날, 첫 저녁식사를 거주민(백교수님)의 초대로 함께 밥을 먹으며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이지 행운이다. 초대해 세밀히 챙겨주신 교수님 덕에 첫날의 낮 선 차가움이 따뜻해졌다.
2019. 1.4 화장실에 대변물버튼작동이 안됨. 밤새 너무 추워 아침나절 온풍기의 온도를 26도에서 30도로 변경함. 오전11시경 수영 강습 등록. 1시경 새로운 인턴이라는 학생들이 다녀 감.
1pm경 김등용선생님도착 2시경 정재범선생님도착,
김밥천국에서 함께 늦은 점심 이른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시설 관련한 분이신 듯한 남자분이 실외화장실의 난로를 체크해 달라고 말씀하심 동절기 결빙 방지를 위해 밤에 난로를 절전기능으로 켠 뒤, 다음날 아침에 꺼 달라는 말씀. 날이 추운 날은 낮에도 틀어야 한다는 말씀... 문득, 기억하기 힘들 경우, 그냥 켜두는 건 어떨까?라는 게으른 생각이 듬.
현재 저녁 6:39 두 분은 장을 보러 나가셨고, 난 일과를 정리한다.
내일 인천에 갈 때 가져와야 하는 물건의 리스트를 체크해 본다.
전기장판, 전기포트, 김치, 쌀, 먹을거, 찻잔, 전기난로, 스탠드, 주방세제, 양념, 옷걸이, 커피메이커, 드리퍼, 플레이트, 주전자, 핫 팩, 수영복, 수건 큰거, 수건, 가습기, 거름망, 라디오, 인덕 션, 리드선, 드로잉 북,
1/3 요청: 사다리, 리프트, 화장실 대변 물버튼, 화장실 악취&물 샘,
변기: 오줌과 똥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했는데, 변기 안에 훠궈 냄비처럼 앞과 뒤를 구분하는 담이 있다. 오줌과 똥의 부위에서 각기 다른 버튼이 있고, 따로 물이 나왔다. 획기적이다. 단, 직접 사용해 보니, 똥의 경우 진공으로 흡수하는 방식이 항공기내의 화장실의 시스템과 비슷해 보였다. 오줌의 경우 물이 나오는 곳이 좌우 양쪽에서 퍼져 흐르지만, 볼 전체를 흐르지 않아 볼일을 보고 나서 다시 골고루 닦아줘야 마음이 놓였다. 번거롭다. 특히 생리 중에 생리혈이 대변과 소변을 위한 공간 사이에 떨어지는데, 이 자리는 정화 물이 흐르지 않는 위치 이기때문에, 매번 볼일 본 후, 솔로 청소를 해야한다.
2019. 1.5 첫 똥! 비비변기의 첫 경험... 약간의 불편함과 큰 자부심... 자연에서 와서, 몸의 에너지로 사용되었다가 폐기되어 배출되는 몸의 일부분들이, 귀히 채집되어, 또다른 에너지를 생성하고, 즉각적인 사용가능성을 상상하면, 이 작은 불편함은 꾀 괜찮다..
작은 불편함에 대하여.... 1. 똥의 질에 점성이 있을 경우, 물을 내려도 흔적이 남는다. 두 번 물을 내리고, 남은 흔적은 솔로 닦아야 한다.
2. 진공관 소음
3. 변을 보고있는 중에도 변기 안에서 바람이 나온다... 불편함 이라기 보다 낮섦..
4. 변기가 상당히 높아 정 자세로 앉으면 다리가 바닥에서 10cm 이상 뜬다. 이는 다리가 긴 다른 사용자에게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5. 생리혈이 나오는 경우, 오줌과 똥을 위한 위치의 중간 부위에 떨어지는데, 이는 변기에서 물이 흐르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매번 솔을 이용하거나 바가지로 물을 흘려 닦아야 한다.
6. 변기의 물이 정화수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변기의 뒤편, 배설물이 닿지 않는 위치, 정화수가 흐르는 위치에 누런 얼룩이 생겼다.
2019. 1.7. 3pm 최미진 교수님의 사이언스 월든 시스템 설명, 조기혁 교수님(건축과학)의 리서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회의 시작 전 각 작가들의 자기 소개와 향후 작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이 곳 과일 집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에 관한 개략적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멋진 발찌가 생겼다. _ 거주자 동선체크용 센서_원래 손목용인데, 발목에 차는 것이 망각하고 활동하기 좋아서... )
작가들의 성격 성향 테스트를 위한 6페이지 분량의 설문도 참여하였다.
백경미교수님은 제자들 중 두 분을 소개하여 작가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전원길 선생님은 2시경 귤 한 박스를 들고 빛나는 반가움을 함께 가지고 오셨는데, 지난 그린바디의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셨다.
회의 가 끝난 후, 백경미 교수님께서 작가들과 전원길 선생님과 함께 저녁을 사주셨다.
2019. 1.8. 10am 첫 수영 수업.... 역시 난 호흡이 문제다...코로 내뱉고 입으로 들이마시는게 왜 안될까....자꾸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으니.. 먹는 것이 느린 것도 그래서 그런가???... 그래도 잠수라도 돼서 다행이다... 공포증은 여전하지만... 예전만큼 패닉은 아니라 다행이다.
2019. 1.9. 2pm 이창수 교수님 랩투어_김진수 학생 안내 _ 미생물 배양의 다양한 방식을 볼 수 있었고, 쿨한 실험도구들 안에 어마어마한 미생물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전자를 주고 받으며 증식하기도, 줄어들기도, 절단하기도, 갇히기도 한다는 얘기... 귀여운 미생물의 꼬물거림을 상상하며... 목적에 의한 실험도구와 시스템을 시각적 자극으로 인식하는 시각예술가들의 특이한 관점... 전자를 주고 받는 미생물... 그래서 전기가 자극이 된다...
미생물도 고통이 있을까?
2019. 1. 10. 6pm 백경미교수님과 도시락 저녁... 7pm 박승배교수님(철학&과학)과 대화.. 극의 긍정적 보상과 극의 형벌은 정의롭지 않다... 심판 후 지옥에 가서 회계하면 다음 심판에 천국을 갈 수도, 천국에서도 적정 시간 후 다음 심판에 지옥으로 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영원한 행복은 과연 좋을까?... 보상이 될까?... 정의 와 사회... 한 사회의 한 명의 리더에 의해 문화의 혁신이 가능할까... 논문과 컨퍼런스.. 또 다른 세계를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