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syu Art Museum Artist in Residence 2019_Survey (for resident artists)_ by Kim Soonim 20200324
2020-04-18 12:58:50

Kyusyu Art Museum Artist in Residence 2019
Survey (for resident artists)

The questionnaire will be used for reporting on the project and future registration projects hosted by the Kyushu GEIBUN-KAN.

 

 

Question 1 今回の滞在中に訪れた場所と感想をお聞かせください。

Please tell me the place you visited during your stay this time and how you felt about it.

 

Day1st _ 17 Feb. 월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해 심교수님을 무사히 만났습니다. 인천은 눈이 내리는 추운 날 이였지만, 인천보다 훨씬 남쪽인 후쿠오카는 무척 따뜻할 것으로 생각해서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고 내렸는데.. 세상에.. 여기도 눈이 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놀라웠습니다. 도착하는 날이 월요일이라 규슈예문관은 밖에서만 보고 심교수님께서 주변을 안내해 주셨습니다. 큐라기상과 카즈메상도 뵙고 처음 만나는 이곳 치쿠고에서 따뜻한 한국의 시골 인심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후나고야의 아름다운 문닫긴 온천들의 모습도 한국의 여느 시골과 겹쳐 보였습니다. 메이지칸의 정갈한 방을 안내 받고, 한달 반의 일정 동안 몸에 맞는 공간으로 호텔방 내의 가구 동선을 재배치하고 창문을 여니.. 꽤나 마음에 드는 풍경입니다.

 

Day2nd_ 18 Feb. 화

1.Meijikan의 창으로 들어오는 첫 아침 햇살은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이 공간을 좋아하게 만들었습니다. 12시에 예문관 식구들과 다소 어색하고 긴장되는 오찬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지만, 명함을 주고 받을 때는 항상 부족한 기억력에 이름을 실수할까 긴장하게 됩니다. 츠루상, 혼다상, 다나카상, 사카이상, 관조상(관장님), 심교수님과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한국이야기로 제 긴장을 풀어 주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2. 식사 후 Kyushu Geibunkan 첫 방문._ 미술관에서 전시할 공간을 소개받고, 공간 구조가 특이한 것은 이미 인터넷으로 내부까지 확인한 바 였기에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재미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설치작가로서 늘 특이한 구조에서의 실험을 좋아하는데, 특히 앞쪽 공간에 창을 통해 강한 빛 그림자가 지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방이 창으로 트여있어, 밖과 연결된 점도 뭔가 해보기 재미있어 보여 마음에 들었기에, 츠루상이 어느 공간에서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어보자 마자, 자연광이 있는 곳을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전시장이 비어 있어서, 작업을 전시장에서 해도 된다는 말에, 늘 작업 공간에 고파 있던 터라, 이 넓은 공간에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좋았습니다.

3. Yame Traditional Crafts Center 방문 _ 여러가지 화산석 공예들이 이곳에 화산이 있음을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가정에 비치하는 신당을 만든 목공예는 작지만 화려하고 섬세해서 이것에 공을 얼마나들이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오래된 연장들과 등, 악기들, 쪽염색자료들을 보면서, 함께 참여한 다나카작가와 미술관의 사카이상 츠루상과 조금 긴장 풀린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매우 현대적인 패턴의 등나무와 대나무공예도 신기하고 멋있었네요. 참! 일본전통종이제작(Yame Washi) 참여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레지던시 기간 중 한번 참여해 보리라 다짐했지만… 다시 갈 수는 없었습니다.

4. Yame Fukushima no Tourou Ningyou Center

정교한 인형의 움직임을 직접 보여주셔서 너무 즐겁게 보았습니다. 무대와 연결된 동선과 인형의 움직임이 “오래된 과학”의 결정체 같았고, 자체가 아름다웠습니다. 인형극의 내용이 궁금했지만 알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3/1일에 공연이 있다고 하셔서 기뻤습니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미술관도, 공연장도, 모두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해서, 볼 수가 없었네요.

5. Iwato Yama Kofun_ 이와토야마 역사문화교류관

거대한 언덕 형태의 고분은 한국 공주나 경주에서 보았던 것과 형태가 조금 달랐습니다. 고분 안에서 본 에니메이션으로 이 고분의 주인공과 가야, 신라가 역사적으로 연결된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못 읽어서 자세한 역사적 내용을 알 수 없어 아쉬웠는데 다녀와서 규슈와 한국 관련 대략적인 사료를 검색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Day 3rd _ 2/19 수_ Yanagawa- 야마토마치 나가타비라키

 맛있는 장어 식당에서 사게몽을 보았습니다. 물론 장어덥밥도 너무 맛있었는데, 입구에서 본 장식이 여럿 달린 사게몽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야베 강과 아리아케 바다가 만나는 곳을 츠루상과 사카이상과 함께 찾아갔는데, 간척지로 조성된 땅이라 범람을 막기 위해 높이 쌓은 둑이 제가 생각한 해변의 모습과 매우 달랐습니다. 한국의 해변과도 매우 다른 모습 이었 구요.. 이 콘크리트 벽으로 가득한 곳에서도 해변 곳 곳에 돌 둑 틈에 숨은 플라스틱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설치 할지 또 어떻게 수집할 지 준비하지 않고 간 터라, 사진을 촬영하고, 몇몇 인상적인 것을 가져간 장보기주머니에 챙겨왔습니다. 이번 설치 작업이 시작된 날입니다.

오는 길 곳곳에 신사가 멀리서 보입니다. 이곳에 범람같은 사고가 난 곳에는 모두 신사가 세워진다고 합니다.

야베강가, 예문관에서 1Km 떨어진 곳에 우거진 녹나무 숲(Kuzunoki)이 있는데(이곳에 오는 첫 날 심교수님께서 차로 잠깐 보여주신 곳이었네요), 500년전 누군가 강의 범람을 막기위해 심었다고 하는데, 숲이 있는 곳이 거대한 성 같았습니다. 아름답고 웅장한 나무들과 그 아래를 흐르는 강이 이곳을 비현실적인 만화 속 풍경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범람을 막기 위해, 강바닥을 들어내고 콘크리트블럭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어 숲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후에 미술관이 쉬는 월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다시 이곳을 와보았습니다.

이날 야베강을 따라 아리아케 바다에서 부터 규슈예문관까지 역으로 달리면서, 이곳 지형과 주거형태를 관찰했고, 차 안에서, 작업의 소스가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Day 4th_ Feb. 20th  목 _ Yamesi

야베강의 원류를 찾아서…

너부리 가마와 도예작업장이 있는 봄빛 가득한 마을을 지나, 강을 따라 산으로 산으로 여행했습니다. 함께 가신 관장님께서 강 따라 보이는 경치 아름다운 곳마다 알려주셔서 혼자 왔으면 보지 못했을 곳 ( 함께 갔던 츠루상도 몰랐던 곳)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하트바위를 보고 웃기도 했네요.   산을 따라 올라가는 길의 강은 폭이 늘었다 줄었다 하며, 거대한 저수지도 만나고, 강을 따라 생겨난 마을들과 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탄광이 있어 기차(Kurogi역)도 있었던 이곳은 예전에 꽤나 번화한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식 가옥들이 단정히 그대로 남아있고, 골목골목 뭔가 다정한 마음이 들었는데, 또 문닫은 가게들도 많아서 묘한 심정이 되었네요.. 이 고요함이 코로나 때문인지 냉각된 한일관계때문인지, 관광 경제의 저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축제기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한산한 거리였습니다. 미슐랭에 나온 소바 맛집에서 소바를 먹고, 전통적인 히나인형이 가득한 박물관을 보고, 다시 야베강의 원류를 찾아 떠났습니다.

도착한 계곡에는 잘 지어진 호텔과 식당들이 계곡 옆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모두 문을 닫은 상태라 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나 고요한 마을이 안됐으면서도, 자연을 생각하면 다행이라는 반대되는 미묘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은 너무나 맑고 투명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 작은 계곡을 따라 난 트레일(올레길)을 따라 더 깊이 올라가면, 7개의 폭포가 나온다고 관장님께서 알려주었습니다. (9개였는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조금 헷갈립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가벼운 촬영 장비를 챙겨 가보고 싶습니다. )

구글위성사진으로만 보고 상상하던 야베강의 시작과 아리아케해와 만나는 곳까지를 보며, 이 강이 그 사이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품고, 살게 하고, 문화를 만들어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강가에는 유난히 신사가 많은데, 이는 범람의 증거라고 했습니다. 강을 누리고, 섬기고, 두려워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사람 그 자신들의 생존과 연결된 것임을 생각했습니다.

이날, 츠루상에게서 후쿠오카현에서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등을 2주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미술관에서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향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 중이며, 작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이에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Day5th _ Feb. 21st. 금

멋드러진 미술관, 아름다운 전시장 한복판에 책상을 놓고, 작업실을 꾸립니다. 필요한 드로잉 도구들과 종이, 장비들을 학예실에서 받고, 공간의 도면을 그리고, 작업을 구상합니다.

오늘은 아라오의 아리아케해의 해변, 미케포구, 두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작정하고 바다플라스틱을 수집할 목적으로, 커다란 가방 두개를 미술관에서 빌리고, 미술관의 공영 미니벤에 싣고 츠루상과 함께 플라스틱을 찾아 가는 첫 날입니다.

모래 해변이 있다는 이 근처에 사는 사카이상의 말에 찾아간 곳, 차에서 내리자 마자, 츠루상 ‘so clean!’, 순간 ‘ 앗 잘못 왔나?!!’ 했습니다만, 해안가로 가까이 가면서 이내 안심(????) 했습니다. 멀리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수많은 플라스틱이 곳곳에 자연인 척 하면서 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꽤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이날 구할 수 있었습니다.

 

Day6th_ Feb.22nd.토

이날은 츠루상의 비번근무였기에, 미술관에서 어제 가지고 온 플라스틱을 씻는 작업을 했습니다.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미술관 직원 분들이 번갈아가며 괜찮은지 안부를 물러봐 주시고, 따뜻한 물을 공수 해주셔서 마음 따뜻했습니다. 플라스틱을 하나하나 닦으며, 그 빛과 색이 (여행을 오래 해서 많이 낡은 것들조차도) 아름답다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아주 잘 가고 있습니다.

 

Day7th_Feb.23rd.일

오늘은 이곳 예문관에서, 함께 레지던시프로그램을 하고있는, 다나카상의 사가대학에서의 졸업전을 관람하러 가는 날입니다. ^^ 하지만 아시다시피 코로나19 덕에 이 또한 취소되었네요. 이 소식을 몰라서 호텔에서 기다리면서 가져온 책의 반을 읽어버렸습니다. 바깥 세상은 긴장의 연속인 듯 한데, 저는 느릿느릿 느긋하게 하루가 갑니다. 이 비자발적 느림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소식은 남의 일인 듯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의 뉴스에서만 보고 있습니다.

 

Day8th _Feb. 24th. 월

원래 미술관은 월요일이 휴관입니다만, 내일이 일본천황의 생일이라서 오늘은 문을 열고, 내일 모두 휴관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막 정이 들기 시작한 넓고 아름다운 작업실(전시장)에 가서 하루 종일 바다플라스틱을 이리저리 설치하기 위한 실험을 합니다.

 

Day9th_ Feb. 25th. 화

이곳에서 누군가 중요한 사람의 생일이라, 저도 오늘은 그동안 출퇴근용으로만 쓰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목적없이 돌아다녀 봅니다. 온천을 가볼까 하여 후나고야의 온천 마을을 가 보았지만, 역시 모두 문을 닫았네요 ^^ 야베강을 따라 거친 바람을 가르며, 강가에서 분위기 잡아봅니다. 실제로는 바람이 몹시 차가웠습니다. ^^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공기는 혼자 누리기 아까울 정도입니다.

 

Day10th_ Feb. 26th. 수

바다플라스틱을 만나러 이번에는 후쿠오카를 갑니다. 나타해변은 서퍼들의 아지트같습니다. 부산을 마주보고 있는 이 해변에서는 한국과 중국방향에서 아주 쎈  바람이 쉴새 없이 불어오고, 이는 서핑을 하기에 너무나 좋아 보였습니다. 세계 어느 곳이든 많은 서퍼들은 환경지킴이 역할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곳 또한 이들이 해변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변으로 밀려오는 쓰레기는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큰 쓰레기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만, 역시 해변의 모래와 해변식물 사이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작은 플라스틱들이 모래인 척, 쌓여 있습니다. 바람이 세고 비가 와서 오래 수집할 수는 없었지만, 이날 짧은 시간에 꽤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미술관으로 모셔올 수 있었습니다.

한국작가들이 교환프로그램으로 올 때 마다 따뜻이 반겨주셔서 ‘큐라기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미술관 인근의 자원봉사자 큐라기 상과 그의 부인 카즈메상의 초대로 가정식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저를 위한 두가지 김치와, 큐라기상이 직접 재배한 다양한 야채들, 이것들을 활용한 카즈메상의 훌륭한 튀김 솜씨에 배도 마음도 두둑해 졌네요. 우리는 영어와 서툰 일본어, 한국어 번역기를 소통의 메뉴로 시원스레 웃으며 즐거이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호텔과 식당 외에 첫 일본의 가정 문화를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Day11th_ Feb. 27th. 목

Uminonakamichi Fukuoka

어제는 나타해변에서 한글이 쓰인 너무나 다양하고 많은 플라스틱들을 만날수 있었습니다.(사실 한글 뿐 아니라, 많은 중국어와, 주소지가 대만 가오슝으로 쓰인라이터도 발견했기에 조금 흥분 했었습니다. ) 오늘 후쿠오카의 또 다른 해변을 갈 예정이라 사실 많은 기대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우미노나카미치는 양쪽 해변을 낀, 바다를 가로지르는 도로의 이름입니다. 먼저 부산을 향해 있는 모래 해변에 내렸을 때, 충격입니다. 바람이 너무 거칠고 그 바람이 모래를 가지고 있어서, 바람에 볼이 맞을 때마다 아플 정도였습니다. 바람에 맞는 옷은 모래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습니다. 간단히 촬영하고, 작은 플라스틱조각 몇개를 담아 이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카시마 쪽으로 이동하였으나, 해변으로 접근이 어려워, 결국 아까 갔던 곳의 반대쪽 해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도로 하나를 두고, 바람의 힘은 거의 다른 장소인 듯 조용했습니다. 무사히 촬영도 하고, 소리도 채집하고, 이제는 반갑기까지 한(슬픈 장면을 두고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이 부분이 항상 작가로서 아이러니를 가집니다.) ,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글이 적힌 플라스틱들도 적지않은 양이 있었고, 이들이 덤불 속에 자연인 듯 숨어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산문화재단에서 규슈예문관으로 공문을 보냈나 봅니다. 한글로 적힌 내용을 보여주는데, 참여 작가의 안전을 위해, 국제교환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내용 변경이 주요 요지였습니다. 이는 사실 어제 부산문화재단의 철수 권고를 응하지 않고, 남겠다는 확인서를 제가 보냈기 때문에 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전시는 예정대로 개최하되, 작가는 전시장에 상주하지 않으며, 제작 완성 후 작가의 귀국을 예문관이 승인 할 것과, 3월 22일 개최예정인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은 중지한다는 내용입니다. 공문이 그렇듯 참 글이 차갑습니다. 저를 위해 보내주신 것인 줄 알지만, 기관간의 문서라 하더라도, 모든 것이 사람간의 교류라서, 제 개인적인 생각에, 예문관에서 보낸 일본작가 구로다상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부산문화재단에서 기관차원에서 이런 문서를 보내주시니, 뭔가 든든하면서 동시에 더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Day12th_ Feb. 28th 금요일 _ Washing day _ 플라스틱 세척

Day13th_ Feb. 29th 토 _ 영상장비체크

Day14th_Mar.1st  일요일

매일 저녁8시반 이후에 퇴근하니, 식당은 많이 문이 닫혀있고, 술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기엔 코로나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해서 햇반과 반찬을 사다가 간단히 해 먹고 있었는데, 오늘은 퇴근해보니, 호텔방 테이블에 편지와 함께 밥과 국, 불고기와 김치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너무 예쁜 꽃 편지지의 내용을 보니, 호텔메니저 치에코상이 응원하는 마음에 놓아둔 것이었습니다. 눈물이 날 뻔 했네요. 작가로서 무게와 감동이 동시에 밀려드는 밤이었습니다. 이후로 치에코상의 저녁식사는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유쾌하고 재미있게 마호(치에코상의 딸), 후사노스케(치에코상의 아들), 도쿠나가상(메이지칸의 메니저, 치에코상의 남편)등이 돌아가면서 편지와 그림과 함께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에 몰입하고 힘을 쓰는데, 이들의 따뜻한 편지와 음식은 엄청난 힘이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메이지칸에 온 후, 매일 아침 텀블러에 가득 담아주는 치에코상의 향이 좋은 커피는 제 하루의 빠질 수 없는 에너지입니다.

 

Day15th_ Mar. 2nd

아침에 자전거로 동네를 돌며 장을 보고, 호텔의 1층 카페에서 영상을 편집하며 미술관이 쉬는 월요일을 보냅니다.

 

Day16th_Mar. 3rd 화요일~~~~ Kyushu Geibunkan 죽~~매일 예문관 작업실 (월요일제외)

Day 18th _ Mar. 5th 목요일

전시장의 블라인드를 열어 작업과정을 예문관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전시도 창 밖에서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부터 과정이 공개되는 일을 좋아하던 터라, 과정부터 전시까지 모두 개방하게 되는 전시가 되었네요..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없는 전시이지만요.

Day 19th _Mar. 6th 금요일 저녁 큐라기상의 저녁초대

Day 21st _ Mar. 8th 일요일

치에코상의 한글편지 솜씨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일본어 쓰기 실력이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녁 구르메시 한국식당 _ 예문관의 저녁회식

심교수님과 예문관식구들, 다나카상이 함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것 같아, 오프닝이나 환영식자리에서 쓰려고 챙겨온 안동소주를 열었습니다. 전시의 오픈식이 없을 예정이기도 하고, 고마운 분들과 마시려고 챙겨온 거라서 ^^ 좋은 시간을 보냈네요. 일본소주도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코로나 19 덕분에 건강 챙기느라 거의 금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날은 긴장을 조금 내려놓고, 즐거이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Day 27th _ Mar. 14th 토요일 심교수님 방문, 츠루상과 사카이상이 함께 바늘을 바닥에 설치하는 작업을 도와주셨습니다. 와중에 치에코상과 도쿠나가상,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던 후사노스케상이 전시장을 방문했습니다. 호텔아닌 곳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고, 천천히 꼼꼼히 보고, 질문하고, 감상하는 모습에 전시를 하고 관람객을 만나는 과정을 보상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Day 28th _ Mar. 15th 일요일 _설치작업 ‘바다 무지개’ 설치완료! 드디어 사다리를 치웠습니다. 

Day 30th_ Mar. 17th 화요일_ 치쿠고에 온지 한달이 되는 날입니다. 작품 촬영을 하고, 사카이 상이 도와주어서 영상의 일본어 자막 작업을 하였습니다.

Day 31st_ Mar. 18 조용한 오프닝.

오프닝을 축하해주려고 큐라기상과 카즈메상이 저녁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Day 32nd _ Mar. 19th 목요일_ 미술관 식구들을 위한 전시 설명회 _ 영어로 하기는 했지만,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ay 33rd _ Mar. 20th 금요일_ 심교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촬영하러 와 주셨습니다. 오랜 시간 진지하게 인터뷰해 주시고 세심히 촬영해 주신 덕에, 이번 전시에 좋은 사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지고 온 저의 오래된DSLR이 포커스센서가 망가져서 촬영을 스마트폰에 의지해 오던 터라 심교수님의 사진은 너무 귀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촬영 장비를 구경하는 것은 너무 설레는 일입니다. ^^

Day 36th _Mar. 23rd 월요일_ 치에코상과 함께 타테오상(빨대조각가_ 야메시)의 작업실에 초대되어 빨대로 직접 새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바다플라스틱 이야기를 하면서 플라스틱에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작업을 하면서 내가 먹고있는 도시락의 밥도 플라스틱이고, 마시는 물도 플라스틱에 담겨져 있으며, 옷도 플라스틱, 들고 있는 헨드폰도 플라스틱…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인식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 졌었는데, 이날 어린아이처럼 새우를 만들어 보면서, 물론 그 새우를 만드는 빨대가 플라스틱임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처럼 웃고 떠들며 차를 마셨습니다. 플라스틱의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입고, 먹고, 쓰고, 마시고, 호흡하는지 인지하는 일에서 시작이라는 생각을 더 공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결벽증처럼 불편해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죠. 플라스틱은 이미 인간 삶과 살 속에 깊이 들어와 버렸으니까요. 타테오상과의 에프터눈티는 정말이지 유쾌했습니다. 작고 예쁜 선물들도 주셔서 조카들이 보고 즐거워할 얼굴을 상상하면서, 어떻게 부서지지 않게 가지고 갈지 고민중입니다.

 

Day 37th_ Mar. 24th 화요일_ 규슈예문관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너부리 가마 시연이 있어서 관람하고, 후쿠오카의 열린 미술관들이 있다고 하여서 마스크를 잘 챙겨 가 보려고 합니다. 운이 좋아 읽을 책을 한 권 구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26일 목요일은 철수에 필요한 재료들을 챙기고, 저녁은 큐라기상의 온천초대로 온천체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27일 금요일은 오후 1시부터 작품 철수가 있구요 저녁은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과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벌써 울컥 ㅜㅜ;;

28일 토요일 작품운송을 해야합니다. 우체국 택배를 예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31일 화요일 출국 _ 오전 7시 후쿠오카에서 나리타로 가는 항공편과 오후 5시 나리타에서 인천으로 가는 항공편이 현재 예약되어 있지만, 4월 1일부터 후쿠오카 국제선이 열린다고 하니, 직항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국일정이 불안하긴 하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평온하고 아름답습니다.

 

 

 

 

 

 

 

 

 

 

Question 3 今回の仕事に対するあなたの気持ちを聞かせてください。

Please tell me how you feel about this work.

 

Title : Sea Rainbow / 바다 무지개

Rainbow of Sea plastics

Plastic-scape _ 풍경이 된 플라스틱

2019년 초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나는 바닷가에서 보이는 색(플라스틱)들이 신경 쓰였다.(물론 이 즈음 쏟아져 나온 다큐멘터리와 여러 보고서의 영향도 있었다. 게다가 늘 디테일을 보는 습관 때문인지, 깨끗해 보이는 해변에서도 늘 플라스틱이 보였다. ) 뭔가 불편하지만 치운다고 될 것도 아니었다. 너무 많다. 그리고 너무 다양하고, 너무 작아진다. 뭔가 얘네들은 내가 매일 사용하는 것들과 모습과 색이 달라져 있고, 어쩌면 자연인 듯 위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 나(인간으)로부터 온 ‘불가촉물’, 플라스틱들을 ‘자연이 아니다’ 또는 여전히 ‘인공’이라 할 수 있을까? 대부분 플라스틱은 인공이며 자연과는 분리된 제거해야 할 독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인간으로부터 나서 인간에게 해롭다. 그런데 완벽한 분리가 가능할까? 우리의 생존은 이미 플라스틱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 우리는 매일 매순간 플라스틱을 만지고, 입고, 먹고, 마시고, 숨쉰다. 지구 어디에나 있고, 우주에도 있으며, 내 피, 세포 속에도 있다. 이미 자연화 된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할까? 나에게 답이 있는 건 아니다.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작가로서 내가 관찰하고 마음 가는 이것을 발견한 모습으로 전시장에서 제시해본다.

우리는 매일 반짝이는 새 플라스틱들을 사용하고 버린다. 일단 한번 쓰레기통에 들어가면 이 아이들을 보는 일에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깨끗하게 눈앞에서 치우면 없었던 것처럼 새로워진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버려진 아이들은 여행을 한다. 바람을 타고 날아 하늘을 오르기도 하고, 물위를 이리저리 흐르기도 하고, 작은 생물들의 집이 되어주기도 하고, 먹이가 되기도 하며, 풍경을 이루기도하고, 어딘가에 깊이 쌓이기도 한다. 긴 여행을 하는 이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하며 여러 곳을 가고,  많은 이를 만나며, 구르고 구르다 다시 돌아온다. 나(사람으)로 인해 한번 태어나고, 삶을 함께한 이상 다시 돌아온다.

나는 플라스틱을 없애야 한다거나 적대시 하는 일에 비관적이다. 환경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로멘틱한 꿈은 애초에 꾸지 않는다. 너무 적대시해서 플라스틱을 쓸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죄책감에 들게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다. 죄책감은 이 문제를 더욱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다만 나는 이 아이들이 너무 많이 생산되고, 쉽게 쓰여지고, 귀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불편하다. 적어도 나에게 이 플라스틱도 존재하는 ‘물(物)’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들은 이미 우리의 풍경이 되었다.

 

설치 방식은 어디에서 왔나.

후쿠오카의 큐슈예문관에 지원한 것도 한국의 남해안과 중국의 동쪽 해안이 만나는, 같은 바다를 가진,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본 해안과 그들의 해안을 경험하며, 나름의 시각적 표현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디를 가고 싶냐는 말에, 막연하게 ‘해변’이라고 했고, Tsuru상과 Sakai상이 데리고 간 아리아케 바다의 해변에서 바다와 그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풍경들을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차도를 가로질렀는데, 불길한 상징이라며 차안이 떠들썩했다. 너무 예쁜 고양이에게 억울한 이미지 같다. 차가 돌면서 잠깐 하늘에 무지개 조각이 비친다. 내가 흥분해 말하자 길조(good luck)라 한다.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하늘높이 떠서 빛에 의해 생겨나는 무지개는 왜 사람들이 이렇게들 좋아할까? 그러고 보면 물 위에 기름이 뜰 때도 무지개가 생긴다. 좋은 일이 아니어도 보기에 예쁘긴 하다.

3월 규슈는 봄은 맞이하며 집마다 사게몬(사게몬은 일본 후쿠오카현 야나가와시에서 전해지는 풍습이다. 매는 장식품으로 소녀가 태어난 집에서 행복을 기 원하기 위해 매단다_위키백과)이 있다. 아이들의 꿈을 위해 어른들이 만들어 장식하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보기에도 아름답고 즐겁다. 매달려 흔들리는 조각들은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그 아래 하늘을 나는 아이들의 형상이 흔들린다.

이번 나의 설치작업은 도착한 첫 주 이곳에서 만난 여러 문화와 나의 작업 언어가 만나, 실험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꿈을 위한 어른들의 장식품 형태에서 가지고 온 플라스틱 설치 방식, 전체를 무지개 색으로 분류하고 배치하여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형상의 설치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시간과 환경을 그대로 감당해낸 바다로부터 온 플라스틱들을 만나게 된다.  하나하나 해변에서 만나고, 미술관으로 가지고 와서  만지고, 씻고, 닦아, 귀하게 조명까지 주면서 사람들을 만나도록 한다. 고생 많았던 플라스틱 조각들, 하나하나 이야기가 있을법한 조각들, 하나하나 내 집에, 내 주변에 있을 또는 있었을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영상 작업은 이 플라스틱을 만난 바닷가를 보여주는데, 처음 도착했을 때 이 바다들은 무척 깨끗해 보였다.. 플라스틱을 충분히 구할 수 없을 것이라 걱정했는데, 자세히 보니 곳곳에 숨어 있다. 수집과정에서 숨은 바다플라스틱들을 전시장에서 영상으로 설치하였다.

 

플라스틱들은 바다를 여행하면서, 자연을 흉내내고, 닮아가고, 자연이 되어간다. 그들은 이미 우리의 풍경이 되었다.

 

이번 설치작업에서는 해변에서 만난, 다양한 종류와 색을 가진, 플라스틱을 가져와 깨끗하게 물로 씻고, 손질하였다. 그리고, 규슈예문관 공간의 구조와 질감, 빛의 방향 시간에 따른 공간변화 등을 고려하여 플라스틱을 가로로 설치 했는데,  입구부터 동선을 만들고, 입구에는 센서에 의해 관람객이 진입하면 파도소리가 일정시간 들리도록 설계였다. 입구부터 짙푸른 빛으로 시작해서 뽀족한 벽으로 초록으로 이어지고 다시 노란색으로 돌아 주황과 붉음 그리고 검정까지 색을 분류한 플라스틱을 서로 꿰어서 설치하였다.

 

 

 

 

 

 

 

 

Question 4このプロジェクトに何か要望はありますか?

Do you have any requests for this project?

 

이 프로젝트는 2019년 봄부터 다대포(부산의 해변)와 인천을 오가며 바다플라스틱을 고민하여 온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작업이다. 2020년 2월부터 부산의 다대포 인근의 홍티아트센터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하게 되면서 일본의 규슈예문관과의 교환레지던시를 하게 되었고, 이는 이 프로젝트를 확장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다시 홍티로 돌아가 6월에 진행될 개인전에서 이 프로젝트를 부산과 홍티의 전시공간에 맞게 발전시킬 예정이다.

1달여 규슈예문관에서 작업하면서, 느리게 천천히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작업하였다. 이는 이 작업에 대한 이해는 작업의 대상이 되는 바다에서 온 이 플라스틱을 하나하나 씻고, 닦고, 건조하면서, 그들의 모양새를 관찰하고, 글자를 추적하며 어떤 나라에서 왔을 지, 또 어떤 과정을 겪었을 지를 상상하면서 더 단단해 졌다. 어떤 플라스틱은 동물에 뜯긴 자국이 남아있고,  대부분 글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낡아 있지만, 어떤 것들은 중국어, 한국어, 타이완의 지역 명이 있는 플라스틱을 만나기도 한다. 땅도 바다도 하늘도 다 연결 되어있으니 당연할 것이다.

땅과 바다가 만나고, 그 바다가 연결된 다양한 곳에서 그 곳의 환경에 맞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다.

 

****About This Residency Program for future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레지던시프로그램이 다양한 경험을 통한 교류에 목적이 있다고만 생각하면, 이번 일로 다양한 문화체험 면에서 상당히 위축되었지만, 오히려 이런 범 국가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 특히 한일간 냉각기인 이런 시기에 이 프로그램은 다른 때 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들 사이의 문화교류는 서로 다른 문화간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좋은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저는 이미지나 문자가 아닌, 이곳의 사람과 문화와 따뜻한 마음을 경험하였고, 이는 작업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넘어, 작업 자체에 녹아져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이 한 예술가를 성장시키는데만 기여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결된 각 사회를 좋게 만드는 강력하고 힘있는 씨앗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부산시와 치쿠고시가 이 어려운 시기를 서로의 협력을 통해 극복하고, 교류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