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at_Songchoo-The Space24
3일간 돌밭에서의 현장작업, 2009
variable site-specific art on stone field for 3 days, 2009
머물던 곳에 자리가 생기고,
자리라 생각하자 담이 되고,
스스로 만든 담이 지루해 떠나 버리면…
그 자리는 또 다시 누군가의 자리가 된다.
이렇게 ‘자리’는 사라진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행위자는 모든 행위시간을 기록한다. 이는 이 공간에 누군가 머문 시간을 기록함이다.
이 작업에서는 거친 돌밭 가운데 자리를 정하고, 정한 자리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땅에서 나오는 돌멩이들을 자리 밖으로 보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행위자가 바닥에 앉고, 앉은 자리를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한다. 이 정리의 의미는 흙을 고르고, 돌멩이를 밖으로 보내고, 잡초를 뽑아내는 일이다. 내부공간은 부드럽고 폭신한 흙으로 구성되고, 구의 크기는 작업자가 그 공간에 머문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이 작업은 ‘사람이 너무 깨끗하면 주변이 더러워진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사람이 자신의 공간이라 생각되는 자리에서 끈임 없이 그 자리를 깨끗이 만들려 노력하나 그 결과물은 자신의 자리를 둘러쳐진 부산물로 이루어진 ‘담’이 된다.
이 ‘자리’는 작가가 떠나고, 자연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자연의 일부로, 오히려 다른 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형태의 땅, 또 다른 누군가의 ‘자리’로 변해가는 모습 또한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머무는 동안,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가꾼 자리 안에 내가 떠난 후 내가 아닌 많은 자연 속 대상들이 그 공간 안에서 누리고 나누는 것을 확인하고 기록하는데 까지가 이번 설치작업이다.
사실 이 지역은 돌밭으로, 실제 식물이 서식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공간이다. 설치가 끝난 1달 후, 경과를 촬영하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약간의 식물이 ‘자리’ 안쪽에서 새로이 돋아나고 있었고, 동물들의 발자국과 함께 동물변이 한 가운데 있었다. 또한 검고 작은 도마뱀 한 마리와 메뚜기 한 마리가 터를 잡고 살고 있음을 확인했고, 그 외에 내가 알지 못하는 생명들이 터를 잡았으리라 짐작한다.